고구려 무장

by 두부왕 | 2009/10/11 16:55 | 그림 | 트랙백 | 덧글(6)

아낙1

by 두부왕 | 2009/10/07 08:06 | 그림 | 트랙백 | 덧글(2)

도깨비

by 두부왕 | 2009/10/07 07:58 | 그림 | 트랙백

엔젤리

by 두부왕 | 2009/09/24 01:50 | 그림 | 트랙백 | 덧글(2)

빅보이

 

아침 6시에 기상하는 건 나에게 아직도 좀 힘이 들지만 워낙에 잠이 많았던 유년시절을 보낸 것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향인 천안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항상 잠이 부족했던 아니 규칙적이지 못했던 나의 일상 때문에 더 피곤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집에 와서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교복을 입은 채로 골아 떨어져 그 다음날 아침 그대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 나갔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지각은 많이 안한 편이다. 왜냐하면 학교생활에 대하여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지켜야 되는 법 같은 게 있다면 난 그걸 잘 따르는 평범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나에 대해 말이 별로 없고 겁이 많은 바보천치로 봤을 게 뻔하지만 말이다. 말을 많이 하고 싶었어도 이상하게 그때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혼자 생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세 집 앞에 와있었고 아니면 오락실이나 동네 이곳저곳을 나름대로 탐험한다고 생각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새로운 골목을 만나면 그쪽으로도 가보고 막다른 곳이 나오면 다시 돌아서 나오기도 하고 말이다. 콜롬부스 처럼 말이다. 그 당시는 집에서 부모님이 별로 나에 대하여 공부해라든지 일찍 자라든지 하며 보통의 부모님들처럼 다그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천안에서 옷 장사를 하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 일을 물려 주셨고 아버지는 30년간의 공무원직을 은퇴하시고 어머니와 같이 옷장사 를 하고 계신다. 난 부모님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 너무도 평범하시기에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스타벅스가 있다. 거기에 내 여자친구가 일하는데 어제 그녀가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인거나 마찬가지이다. 잠시 짬을 내어 나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한 말이 어제 저녁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녀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이제 그만 만났으면 해” 라고 드라마틱하게 말했고 난 “좋아 그렇게 해” 라고 받아쳤다. 솔직히 그때는 안 흥분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 사귀게 된 것은 내가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부터였다. 책을 자주 빌려가는 그녀와 나는 자연스럽게 지내게 되었고 어찌 보면 내가 그녀의 통통하고 글레머한 모습에 반해서 접근한 것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로 흥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나도 못난 얼굴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녀가 빌려가는 책들은 모조리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런 걸 너무 자주 보면 진짜 사랑을 못 할 거라고 버릇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듣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날 차버렸다.      

출근시간은 8시까지 이다.

나는 6시20분에 맞춰져 있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본능처럼 잠에서 깨어나 미리서 알람을 꺼버린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이 싫었기 때문이다. 6시 정각 불광동에 있는 원룸에서 부스스하게 눈을 뜬 나는 다시 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눈을 껌뻑이며 다시 잠들면 안 된다는 것을 뇌신경에 강렬하게 전달하며 5분만 더 5분만 더 하고 외치는 몸뚱아리와 협상 아닌 협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이 협상에서 져버리면 난 지각을 하게 되고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난 아직까지 한번도 협상에서 져본적이 없다. 15분후에나 나의 일인용 침대에서 지난 봄 부모님이 보내주신 양털로 된 무거운 이불을 걷어내고 나올 수가 있었다. 그대로 화장실로 기어가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면도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하는데 5,6분도 안 걸린다. 다른 사람이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당히 빠른 편이라 자부한다. 가끔 실수로 샴푸를 머리에 이고서 나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씻는 동안 옆방에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전인권의 사랑한후에 였다. 오후에라면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막 저런 음악을 들으니 장이 꼬이는 듯 했다. 방을 많이 만들기 위해 벽을 얇게 만들어서인지 사방이 갑자기 조용해진 날은 옆방에서 끈적이게 소곤거리는 소리까지도 다 들릴 때가 있다.

나의 왼손은 팬티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오른손은 지퍼가 달린 골동품 같은 장롱 앞에 서서 푸른색 천으로 감싸져 있는 장롱의 배를 열고 있었다. 텅텅 비어 있는 공간에 홀로 서있는 양복 한 벌을 꺼내서 입었다. 원래 한 벌 더 있었지만 이틀 전 퇴근길에서 갑자기 무서운 개가 달려드는 바람에 옆에 있던 커다란 아스팔트 웅덩이에 그대로 넘어져서 내 양복은 흑탕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 개는 개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도 컸다. 나도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라서 개에게서 놀라 자빠질지는 평소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그 당시는 그 개는 분명 소설에나 나올법한 늑대나 그런 것과 교배된 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웅덩이에서 한참을 뒹굴고 있을 때 이 괴물 같은 개는 내 옆을 가뿐히 스쳐지나가며 뭘 그리 놀라냐는 듯 한 눈빛으로 잠깐 쳐다보고 무심하리만큼 그냥 가버렸다. 당시에 난 겁에 질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내가 사는 원룸은 육교 밑의 대로 옆에 있었는데 3층으로 된 이집은 1층에 주인이 하는 서울에서 제일 맛없는 백반 집이 있고 2,3층은 세를 주기 위한 원룸들이 있다. 한쪽은 내가 사는 원룸과 함께 집들이 나열되어 있는 주택가였지만 길 반대편은 기차 길이 나있고 그 뒤로는 하천이 가로지르고 있다. 가끔 낮잠을 잘 때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오면 몽롱하게 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방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한다. 방은 내가 살기 3개월 전에 어떤 남자가 남겨놓은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뭘 해먹었는지 몇 날  몇일을 쑤세미로 박박 밀어도 전혀 벝겨지지 않는 지저분한 씽크대하며 구석구석 잘도 숨겨놓은 쓰레기들과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의 운동화 끈 같은 것 말이다. 운동화 끈을 처음 봤을 때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형광등에 보면 끈으로 된 스위치가 있는 것은 나도 알지만 거기에 운동화 끈 을 덧대어서 길게 늘어뜨린 것은 태어나서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난 불연 듯이 나의 게으름은 세발의 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운동화 끈은 침대에 누우면 발가락으로도 잡아당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 수 없었다. 뭐 보기 싫어서 난 잘라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현재는 운동화 끈의 흔적만 있을 뿐이다. 이건물의 특징은 방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한 주인의 노력이 옅보이는 듯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방문을 열면 맞은편 방문을 열지 못 할 정도였다. 그러니 방문을 열 때면 항상 반대편 방에서 사람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살펴야 할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다행인건 겉으로 보기에는 비좁지만 방안은 그런 데로 살만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살기에는 말이다. 모든 건 원룸이라는 이름처럼 하나로 통일 되어있다. 창문도 하나밖에 없다. 난 3층 오른쪽 구석방이다.

현관을 나서기 전에 항상 매고 다니는 엘르라고 영어로 적혀있는 옆으로 매는 작은 가방에 준비물들을 가볍게 확인하고서 지퍼를 닫았다. 나에게 있어서 물건이란 오랜 친구를 만드는 것과도 같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님이 한번 바뀌었는데 내가 현재 매고 있는 검은색 가방은 그때 얻은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성잡지들은 책을 팔기위해 많은 부록을 끼워서 준다. 예를 들면 화장품 중에서 립스틱 이라 던지 아이쇄도우 등등 여성용품과 때때로 이런 가방이나 심지어 팬티(커플용)도 나왔었다. 내가 직접 팔아 봐서 아는데 여자들은 대부분이 책의 내용 따위야 어찌됐든 경품이 뭔지 부터 묻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이건 부록이 뭐죠?”라고 묻고는 일일이 부록을 다 보여 달라고 하는 얼빠진 여자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키 작은 테이블 안에 순서 없이 꾸역꾸역 넣어둔 부록들을 찾느라고 진땀을 빼야했다. 어차피 6천원 정도 하는 잡지책인데 부록이 얼마나 좋겠는 가 대부분 비슷하고 책에 붙어 있는 광고지 모습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건데 어떤 아줌마는 자신이 대단한 알뜰주부인 마냥 그깟 잡지 부록을 일일이 확인하고서 마치 책이 아닌 부록을 사러 온 듯이 부록들을 이리 저리 들고 비교해가며 자문하기도 한다. 당시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 같아서 생각하기 싫다. 다시 내 가방이야기로 넘어와서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당시 엘르 라는 잡지에서 부록으로 가방이 나왔는데 내가 보기도 맘에 드는 부록이었다. 다른 것들은 내가 일하는데 번거러움만 주는 천덕꾸러기 이였을 뿐이지만 그 가방 만큼은 왠지 맘에 끌려서 사장에게 돈을 주고 샀다. 나 같으면 그냥 줬을 태지만 사장은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하자 고지 곧대로 받아들이고서 잡지책의 5분의4가격으로 받아쳐먹었다. 그래도 난 그 당시에는 가방을 보고서 만족했다. 물론 잡지책은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지만 말이다.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서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왔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세상이 온통 환해진 것 같다. 겨울이라 아직은 어슴푸레 어둠이 까려있지만 간밤에 내린 눈이 반짝반짝 광택을 내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발자국도 별로 없는 천연 그대로였다. 융단 위를 헤짚듯이 난 다리를 옮기며 발자국을 사박사박 남겼다.

동쪽 하늘에서 주황색 조명을 비추듯이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때 쯤 난 버스의 맨 뒷 자석에 몸을 트러 박고 앉아 있었다. 창유리에 힘을 얻은 햇빛은 내 얼굴을 따뜻하게 대워 주었고 나는 포근함에 잠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난 될 수 있으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뇌 세포를 활성화 하여 순간적으로 몇 시간 동안 집중력을 강화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정신적 압박감과 고뇌가 밀려와서 기운이 쭉 빠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곤 깊은 잠에 빠져든다. 마음먹는 다면 2틀 동안 먹지도 않고 잠만 자도 될 듯이 말이다. 



끝.

by 두부왕 | 2009/08/01 15:00 | 소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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